2040년 성장률 0% '피크 코리아'…'부켈리스모' 제3의 길 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3-11-12 18:56   수정 2023-11-13 06:51

지난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고 있다. 단연 관심은 본회의보다 15일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다. 양국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으로 관계를 전환한 이후 수북이 쌓인 현안에 대해 단 하나라도 합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종전의 디커플링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중하위 계층이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를 19세기 말 영국이 중국을 무너뜨렸던 아편전쟁으로 규정할 정도다.

중국산 아편으로 인한 피해는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다. 지난해 마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0조원이 넘었다. 2025년에는 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피해는 노동력 상실이다. 양국 마찰이 관세, 첨단기술, 금융에 이어 노동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이 일고 있다.

2024년 대선을 1년 앞두고 마약 퇴치 공약이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유권자들과 정치권에서는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자는 마약을 퇴치하기에는 유약하다는 이유로, 후자는 갈등을 조장해 오히려 마약을 확산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중남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 같은 제3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요구다.

부켈레는 엘살바도르 대통령이다. 마약, 불법, 부패, 살인적인 물가 등으로 세계 최빈곤국으로 추락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무력화된 지는 오래됐다.

부켈레가 살인적 물가를 잡기 위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들고나온 것이 ‘마노 두라(mano dura·철권통치)’였다. 범죄 혐의만 있으면 교도소로 보내면서 수감자 수가 한때 전 국민의 2%에 달했다. 마약, 부패, 불법행위 등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초기 인권 탄압 우려와 달리 사회 기반과 민생이 안정돼 만성적인 침체에 시달렸던 엘살바도르 경제가 살아나자 국민들은 부켈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같은 문제로 시달리는 온두라스, 과테말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에서도 ‘부켈레 신드롬’이 확산하는 가운데 에콰도르에서는 제2의 부켈레를 표방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짙은 선글라스, 가죽 재킷과 청바지, 턱수염 기르기 등 다크 브랜슨 이미지로 상징되는 부켈레 신드롬은 이제 패션, 예술, 문화 분야까지 ‘부켈리스모(Bukelismo·부켈레주의)’로 확산하면서 내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선정됐다. 한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부켈리스모는 의미가 크다.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주요국의 성장 기반을 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로, 자본 섹터는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 등으로 취약하다. 부켈리스모는 유일한 성장 대안인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정책적으로도 케인스의 총수요관리대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재정정책은 누적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로, 통화정책은 당면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부켈리스모는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안정시켜 그 위에서 경제주체들이 마음대로 뛰어놀게 하는 일종의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우리 경제는 어떤가. 1년 전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2075년으로 가는 길’이란 보고서를 보면 2040년대에는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고 2060년대부터는 역성장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내부에서 ‘세계 5대 경제대국(G5)으로 가자’는 구호와 달리 2075년에는 필리핀에 뒤지면서 세계 15위권인 G15에서도 탈락하는 것으로 나온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치권은 내년 총선의 표만 의식한 싸우기로 일관해 나라 안팎에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마약, 부패, 기득권 일탈행위, 금융사고 등도 그 어느 국가 못지않게 심하다. 싸움만 일삼는 정치권과 경기 대책을 짜느라 골몰하는 경제 각료에게 부켈리스모가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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